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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

자연 생태계와 인류의 치열한 싸움(호주 토끼 전쟁)

by 우진파더 2024. 10. 16.

호주 토끼 전쟁은 자연 생태계를 무분별하게 개입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파괴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진 이 전쟁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호주 토끼 전쟁의 기원

호주에는 원래 토끼가 서식하지 않았습니다. 1859년 영국 출신의 이민자 토마스 오스틴이 자신의 사냥 취미를 위해 24마리의 유럽산 토끼를 빅토리아 주의 농장에 풀어놓으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스틴은 몇 마리의 토끼가 이 넓은 대지에 큰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탈출한 몇 마리의 토끼는 단기간 내에 천문학적인 숫자로 증식하게 됩니다. 호주에는 토끼의 자연적인 천적이 없었고,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식물 자원은 토끼 번식의 이상적인 환경이었습니다.

토끼의 급격한 확산과 그 영향

토끼는 3~6개월이면 성숙해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한 번에 최대 14마리까지의 새끼를 낳습니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임신 기간을 가진 토끼는 출산 이후 바로 임신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몇 마리의 토끼는 불과 5년 만에 3만 마리를 넘어서며 현재는 2억 마리 이상의 토끼가 서식 중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빠른 번식력은 호주의 농경지와 자연 서식지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습니다. 토끼들은 풀과 작물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고, 이는 농업 생산성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되었습니다. 특히 토끼들은 호주의 고유 식생을 파괴하여 토양 침식을 유발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고유종 동식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토끼가 먹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수많은 토착 동물들이 먹이 부족으로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이는 호주의 생물 다양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게 됩니다.

토끼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

토끼의 확산을 막기 위한 초기 시도는 주로 물리적 방법에 의존했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 정부는 대규모 펜스를 설치하여 토끼의 이동을 제한하려고 했습니다. 1907년, 호주 정부는 약 3,256km에 달하는 울타리를 세웠으며, 이 울타리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구조물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토끼들은 울타리 아래로 굴을 파거나, 울타리의 끝을 돌아서 이동하는 등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확산을 이어갔습니다. 이후에는 독극물과 총기, 그리고 함정 등을 이용한 적극적인 사냥이 시도되었습니다. 그러나 토끼의 개체 수는 워낙 많았으며, 엄청난 번식력으로 인해 물리적 대응 방법은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1929년 경제대공황 당시 호주에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토끼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토끼 통조림까지 만들어가며 토끼를 잡기도 하였으나, 역시 개체수를 감당하지 못하였고, 호주 정부는 토끼의 천적인 여우를 데려오기 시작합니다. 초기에는 여우들이 토끼들을 잡아먹으며 개체수를 줄이기도 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우들은 힘들게 토끼를 잡기보다 잡기 쉬운 다른 야생동물들을 잡아먹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호주에서는 더 많은 동물들이 멸종위기를 겪게 됨과 동시에 여우와 토끼의 개체수가 같이 증가하게 되는 부작용을 겪기도 합니다.

생물학적 방제와의 전쟁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학자들은 생물학적 방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1950년대에 이르러 Myxomatosis라는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토끼 제거에 엄청난 효과를 거두기도 하였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토끼에게 매우 치명적이었고, 토끼 개체수가 99% 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토끼들이 면역을 가지게 되었으며, 살아남은 일부 토끼들이 또다시 엄청난 번식력으로 개체 수가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199년대에는 또 다른 바이러스인 Calicivirus라는 바이러스를 사용하였으나, 이 바이러스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토끼들이 면역력을 가지며 실패하게 됩니다.

현대의 대응 및 지속적인 도전

현재까지도 호주 정부는 토끼 문제와의 전쟁을 완전히 끝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생물학적 방제 방법과 물리적 제어방법이 결합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토끼의 높은 번식력과 적응력은 여전히 큰 도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방제 방법도 연구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토끼의 번식력을 낮추는 등의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호주 토끼 전쟁은 인간이 자연 생태계에 관여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 종의 동물이 무분별하게 확산되었고, 그 결과 호주의 생태계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습니다. 이는 생태계를 조작할 때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중요한 교훈이 됩니다.